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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망자
작성일 : 2023.07.04 16:25 조회 : 230



도망자

 

홍순삼 미크로코스모스

 

나는 떠나야 하네
내 고향처럼 지키고 살아온
이 땅을 나는 떠나야 하네
죄인처럼 도망쳐야 하네

 

어디로 어디로 가야만 하나

창공을 떠도는 구름처럼
정해진 곳이 없이
바람 따라 떠나야 하네

숨소리마저 조심스럽고

포식자의 눈처럼 잔인한 눈빛을 피해

어디로 어디로 가야만 하나

 

긴 한숨이 눈물처럼 슬프네

들에 핀 국화도 뿌리내리고 살아갈 땅이 있는데

지금껏 살아온 이 땅이 이국땅처럼 나를 밀어내네

 

물망초 한아름 엮어 고향 같은 동네에 내려놓고
말하네

나를 잊지 말아다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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